September 09 -September 24, 2024
멍냐옹
권명희, 김미영, 김윤경, 유승근, 황다희
Location : ARTBODA gallery
Introduction
아트보다 기획초대전
.
Artist
Artist story about
작가노트/
권명희
반려동물의 따뜻한 사랑 이야기를 담아, 일상에 지친 모두에게 치유와 위안, 힐링의 노래를 전하고자 합니다.
단지여사가 전하는 사랑길 이야기- 초록 숲속 반려동물그림 이야기
나는 작가네 집에 사는 16세 노견 단지여사다. 경추 수술을 한 장군씨와 디스크 수술로 휠체어 신세를 지는 엔젤씨는 14세 노년의 삶을 별일 아니라는 듯 쿨하게 지내고 있다. 이른 아침 눈을 뜨면 우리는 아무런 말 없이 마당으로 나가 고개를 사선으로 올려 흙 내음을 살짝 품은 공기를 들이마신다. 온갖 꽃들의 향기가 바람 따라 나의 코끝에 닿아 실룩이게 하고, 참새들의 종알거림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우리의 일상은 고스란히 그녀의 캔버스 속으로 이동한다.
그녀는 2008년부터 한 살이던 나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 어린 시절 잦은 낮잠을 즐기던 나는 그녀의 탐구 정신 가득한 손길에 터럭들이 움찔거렸고, 화장실을 가고 싶은 순간도, 기꺼이 참아주었다. 그러니까 난 그녀에게 강력한 사랑덩어리였고, 그녀의 드로잉을 위한 모델을 겸업한 배려심 깊은 개였다.
그녀는 2015년에 <사랑길-Dogs Story>로 반려동물 작가로서의 4회 개인전을 열었다. 나는 하늘거리는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콧구멍에 꽃향기를 가득 채우며 전시장 곳곳에 등장하게 되었다. 개들도 문화를 알고, 즐겨야 한다며 나에게 견격(犬格)을 강조하던 그녀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이후 일상생활에서 포착되는 가장 보통의 소중함을 담은 <SoSo한 이야기>, <Happy Story>, <숲으로의 초대> <로맨틱 패밀리> 등 반려가족과 함께 소통하며 개인전을 이어왔고, <Lovely my dogs>, <마주 보는 사랑 이야기>에서 공감의 순간들을 기꺼이 즐겼다.
작가는 6월 7일 광명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모든 날, 모든 순간>전에 참여했다. 오픈식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는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나의 고질적인 차멀미만 아니면 동행했을 터. 전시 오프닝 참석 반려동물은 무려 50여마리가 넘었단다. 작가의 반려동물 소개코너와 반려동물에게 쓰는 편지 코너, 작품을 동영상으로 제작한 ‘멍때리는 TV’,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의 ‘삑삑존’ 코너 등 다양한 볼거리와 넷 작가의 반려그림들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이었노라 말해주었다. 노심초사 나의 건강을 걱정하는 그녀이긴 하나, 무탈하고 즐겁게 다녀온 걸 보니 한시름 놓이긴 하다.
작년 10월에 보리가 우리 곁을 떠났을 때다. 같은 공간에서의 시간이 소멸되었고, 우주의 공간으로 흘러 온통 그리움의 향기가 되어 가슴을 후려쳤다. 발길 닿는 공간, 함께 나누었던 시간, 그 사랑스러운 촉감, 어느 누구를 그리 온 마음으로 안을 수 있단 말인가. 둥그런 달에게 애절하게 빌었던 그날 밤의 기도와 어루만짐이 머릿속을 텅텅 울리고, 바람이 되어 흩어지던 날들을 지금도 기억한다. 보리가 없는 아침의 찬 공기는 가슴을 후벼파고 휘청이게 했으며, 헛헛한 가을 위를 숨죽여 걸어야 했고, 추억을 입에 담기조차 버거운 통증의 나날들이 흘러갔다. 지난 여름 진초록의 강렬함과 함께 나눴던 뜨거운 기운이 응축되었기에 애써 울음을 삼키고, 더욱 얼어붙어 매서운 추위가 가슴을 훅 칠 무렵, 견고하게 다져진 사랑으로 그녀가 다시 붓을 잡기 시작했다.
천상의 시간을 훨훨 날아 아름다운 여행의 날들이길, 또한 우리가 그리운 날 사랑스러운 발걸음으로 꿈길에 오길 기도했다. 우리는 서로가 참 많이도 사랑했다. 그녀의 화폭에 연못이 그려지고, 나무의 시간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꽃들의 짧은 아름다움보다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품어줄 나무의 시간을 간절히 원했으리라. 치유의 시간으로 발을 디디며 애써 노력하는 그녀의 붓끝은 떨렸다.
온전한 평안, 휴식과 위안을 담담하게 담아가는 작가와 함께 한 사랑길의 모든 날, 모든 순간이 축복이다. (작가네 집 개 단지여사의 고백)
김미영
나는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지만 특히 고양이를 좋아합니다.
집에는 세 마리의 고양이가 있고 작은 마당에도 고양이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함께 살아가면서 고양이들의 행동에서 재미와 위트와 사랑스러움을 보게 되었고 그들로부터 받은 기쁨과 행복을 보면서 그들의 모습에 투영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림에서 표현되는 고양이는 그 자체의 모습으로 보여지는 예쁨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나를 투영한 모습으로 소통, 기다림, 사랑, 희망, 추억 등을 보여줍니다. 모든 그림의 배경이 되는 따뜻한 오후에 보여지는 행복한 고양이들의 모습입니다.
따뜻한 오후를 기저로 해서 행복한 고양이를 표현했습니다. 고양이의 매력을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정밀한 표현보다는 사실적인 모습에 기초를 둔 간략한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따뜻한 색감으로 사랑스러움과 다정함을, 현대적인 색상과 터치로 산뜻함을 표현했습니다.
고양이의 모습과 눈동자가 향하는 애잔함을 감상하시기를 바랍니다.
고양이의 성격과 행동 패턴을 알면 작품을 보는 재미가 있고, 고양이 대신에 관람자 자신을 투영한다면 더 재미있는 관람이 될 것입니다
김윤경
아티스트 김윤경의 <개성 강한 고양이> 그림에 부치는 글 “여기, 모든 고양이에게 환호하라!”
오늘의 우리는 모두 어제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짧게는 몇 초, 길게는 수십 년, 어쩌면 어머니의 아버지의 할머니에… 우리는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셀 수도 없으 리만큼 많은 과거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그 사이에 우리는 ‘사건’이라 할만한 특별한 일 들도 경험한다. 이러한 사건은 문학이건, 미술이건, 음악이건 또는 여타의 창작물을 세상 에 내놓은 아티스트에게 있어 작품활동의 행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모티 프가 되기도 한 다. 우리는 이러한 사건을 종종 ‘터닝포인트’라고 부른다. 아티스트 김윤경에게는 ‘고양이’와의 만남이 바로 그 터닝포인트일 것이다. 그는 그가 키 우는 고양이 덕분에 세상 모든 고양이가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임을 새삼 깨달았다 고 한 다. 그리고 우리 옆에 있는 세상 모든 작은 존재들을 돌보며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 는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고! 이처럼 아티스트 김윤경이 고양이로부터 얻은 삶의 기쁨은 고스란히 그의 그림에 녹아들어 ‘함께해서 더욱 행복한 세상 모든 것들’ 에 대한 이야기 로 풀어내 보인다. 그의 이야기는 <미래를 바라보며>(2023), <너도 너의 눈으로 세상을 봐>(2023) 등 캔버스에 아크릴 페인트로 그려진 일련의 작품들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단 순한 화면구성, 원색의 강렬한 색채, 반질거리는 재질감이 돋보이는 이 작품들은 인간 흉 내를 내는 고양이인 듯 아니면 고양이 헬멧을 쓴 인간인 듯한, 아니면 고양이가 되고 싶 은 인간인듯한 두 존재가 한 화면에 나란히 등장하는 것 이 특징이다. 이들은 서로 많이 닮아있지만, 결코 같을 수 없는, 마치 서로 조금씩 다른 타인들 틈에 섞여 살아가는 우리 들의 모습과 같다. 따라서 이 그림들은 아티스트 김윤경이 고양이를 매개로 세상을 바라 보면서 우리에게 건네는 말, 즉 모든 존재는 아무리 사소하건 아무리 위대하건 모두가 행복하면 그뿐이지 사실은 서로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얼핏 생각할 때 ‘공존’이란 아주 단순하고 원초적인 이치인 것 같지만, 현실 속에서 ‘모두 가 행복한 세상’은 저 구름 위에나 있을지 모를 이상향에 가깝다. 한편, 우리는 누구나 어린아이였을 때-독자가 만약 어린아이라면 언젠가 바로 지금을 회상할 수 있기를- 그런 세상을 마음속에 그려보았을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 시절로 되돌아가 그린 듯한 <개성 강한 고양이>! 그의 마음 한가득 ‘모두가 행복한 세상’에 대한 열망이 자리 잡자, 아티스 트 김윤경은 어느 하나 닮지 않은 개성 강한 고양이들로 그만의 행복한 세계를 만들어 가기로 한 듯하다. 1300여 점이 훌쩍 넘는 고양이 드로잉, 비슷 비슷해 보여도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는 제각각의 고양이 그림들은 어떻게 붙여놓아 도 서로 조화롭게 잘 어울린 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고양이들로 꽉 채워진 공간, 그곳 이 우리가 꿈꾸는 다른 공간으 로서의 이상향일 것이다. <개성 강한 고양이> 연작은 왁스, 숯, 분필과 같은 재료들에 색 채가 가미된 막대기 형태의 크레용을 주요 재료로 한다. 크레용 작업은 붓을 거치지 않 기 때문에 아티스트의 행위가 바탕재인 스케치북 표면에 더욱 즉각적으로 개입된다. 따 라서 캔버스 작업과 비교해 <개성 강한 고양이> 는 다채로운 색채와 자유분방한 선들이 만들어내는 고양이의 표정에 관전 포인트가 있다. 이 그림들은 단숨에 그려낸 듯 보이지 만, 자세히 살펴보면 각각의 그림들 안에는 아티스트 김윤경이 그동안 만났던 고양이들 의 얼굴, 고양이들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그리고 고양이들과 함께한 매 순간의 진 솔한 감정표현이 담겨있다. 이것은 숙련도 없는 아티스트는 절대 해낼 수 없는 일, 그의 <개성 강한 고양이>가 우리에게 틀을 깨고 나온 어떤 새로운 감각에 맞닥뜨리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이다. 아티스트 김윤경이 <개성 강한 고양이>를 만나게 된 이야기를 곱씹다 보니, 필자는 어 느 재능있는 소설가가 소설의 주인공을 만들기 위해 애쓰기보단 그가 먼저 다가올 때 이 야기가 쉽게 써진다는 말이 떠올랐다. 짐작건대 개성 강한 어떤 고양이들이 아티스트 김 윤경에게 먼저 말을 걸어온 것은 아닐까. 우리는 묘연(猫緣)을 두고 종종 ‘고양이가 반려 인을 간택한다’라고 말한다. 고양이는 분명 애쓰지 않아도 사랑받기 충 분한 존재이지만, 누구에게나 마음을 열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보인다. 아티스트 김윤경에게 작품의 터닝포인트인 ‘고양이’ 또한 분명 그렇게 고양이처럼 그에게 다가왔을 것이다. 특히나 순 수하고 진솔한 화법으로 세상 모든 작은 존재들에 관한 그의 애정이 진하게 묻어나는 < 개성 강한 고양이>, 우리는 이 고양이들의 냥 펀치 한 방에 마법처럼 행복해질 것이다. 2024년 4월, 노엘라 킴벌리 정(독립큐레이터, 예술평론가)
유승근
반려동물 강아지, 특히 시츄를 그리는 작가다.
어린 시절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보들보들한 털이 있는 강아지를 안고 쓰다듬어 주면 걱정 근심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작은 동물로 인해 지친 마음에 커다란 위로라는 선물을 받았다. 순둥순둥 그 자체인 시츄를 가장 좋아했고 소중한 식구로 함께했다. 지인들은 그렇게 시츄를 사랑하니 얼굴도 ‘시츄상’이라는 농담도 전했다.
커다란 눈망울, 동그랗고 짧은 얼굴과 코, 귀여운 몸과 다리를 보고 있으면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시츄의 예쁨을 표현하고, 누구보다 좋은 동반자인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안정감을, 그리고 소소하지만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순간을 그리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 감정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시리즈의 작품을 그리고 그 안에 시츄의 모습을 담고 있다. 몇 년간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스스로 치유 받는 느낌이 들고, 슬픔 보다는 행복을, 기뻤던 추억을, 앞으로의 희망을 담아 오늘도 캔버스 앞에 앉는다. 희망과 사랑을 담은 작품이 곁에 있기에 그림을 그리며 온전한 행복을 충만히 느낀다. 행복하다.
황다희
평범한 일상 속 모든 순간을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존재, 그 존재가 나에겐 반려견이다. 나이도 직업도 외모도 그 어떤 것도 이 아이들에겐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나와 함께하는 이 순간의 소중함을 알고 있을 뿐이다. 때로는 가장 친한 친구처럼 때로는 듬직한 어른처럼 때로는 세상 가장 순수한 아이의 모습으로 내 곁에 있어준다 하지만 많은 반려동물들의 삶이 여전히 불안하고 위태로운 경우가 많다. 오직 사람에 의해서 생과 사가,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는 녀석들의 삶이 나의 캔버스 안에서 만큼은 불안과 두려움 없이 행복한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 이 세상에서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해 주는.. 너무나 많은 것을 내어주는 그들을 보며 모든 생명은 동등하고 귀하며 아름답다는 걸 얘기해 주고 싶다. 많은 반려견 반려묘 그리고 지구상 모든 동물들이 하나의 생명체로 보호받고 더 존중받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우리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당신만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것이 삶의 전부인 이 아이들을 조금만 더 소중하게 생각해 주면 좋겠다. 일상 속 작은 순간들마저 반짝이게 해 준 모든 반려동물들의 삶을 응원한다
Artworks
동행 Do you want to go on a trip? 24.2 x 24.2cm Acrylic on canvas 2023
권명희동행 Do you want to go on a trip? 24.2 x 24.2cm Acrylic on canvas 2023
향기 가득한 내 마음 속 우주 91 x 91cm Acrylic on canvas 2024
유승근향기 가득한 내 마음 속 우주 91 x 91cm Acrylic on canvas 2024
보랏빛 향기 45.5 x 53.0cm Mixed media on canvas 2023
김미영보랏빛 향기 45.5 x 53.0cm Mixed media on canvas 2023
숲속산책 45.5 x 45.5cm Acrylic on canvas 2022년
황다희숲속산책 45.5 x 45.5cm Acrylic on canvas 2022년
너를 보는 내 마음은 온통 사랑이야 60.6 x 60.6cm Acrylic on canvas 2024
김윤경너를 보는 내 마음은 온통 사랑이야 60.6 x 60.6cm Acrylic on canvas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