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18 - March 31, 2025
VANITAS
전병삼
Location : MCM HAUS
Introduction
아트보다 기획초대전
기획 : 아트보다
협력 : MCM Korea
*오프닝파티 : 03.18(화) 18:0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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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Artist story about
전시서문/
VANITAS
라틴어 명사 '바니타스(Vanitas)'는 '헛됨'을 뜻한다.
17세기 북유럽 정물화에 쓰이기 시작한 이 은유의 소재는 부와 권력의 세속적 상징물과 죽음의 상징물을 한 폭의 회화 안에 배치하여, 인간의 유한함과 삶의 가치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전병삼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다양한 AI 도구를 십분 활용하여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바니타스 이미지를 생성하였다.
이를 약 15,000장의 사진으로 인쇄한 후, 반복적으로 접고 쌓는 특유의 기법으로 MOMENT 작품 55점과 LOST 디지털 작품 4점 등을 포함하여 총 60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그의 인류사적 탐구 주제인 '사라지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이번 초대전에서 바니타스와 함께 극대화 된다.
글. 오영빈 (아트보다갤러리 대표)
전시평론/
아트보다 기획초대전 '전병삼 VANITAS' ; 무한에서 점 하나
VANITAS를 주제로 하는 전병삼 작가의 작품을 서울 청담동 MCM 하우스에서 발표한다는 사실은 작품과 장소의 상징성에 있어서 전시의 페러독스(paradox)적 기획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전병삼 작가는 지금까지 세상의 부귀, 영화나 쾌락 등 사라질 것들에 대한 욕망에 집착하는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2016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이발소 회전간판 200대를 연결한 작품(Barbershop Wonderland)과 선풍기 100대를 설치한 작품(The Men with Five Tongues)을 보면 사물 뿐 아니라 인간의 역할과 존재가치를 잃고 살아가는 현실에 대하여 숙고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한 그의 행보는 3년 전, 우크라이나 전쟁의 포화 속으로 작품을 안고 달려가는 무모한 실천과 무관하지 않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6개월 만에 5,401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2022년 11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REDREAM”이라는 전시를 진행한다. Global Expo는 우리나라의 COEX와 같은 형태의 대형 전시관인데, 폴란드는 그곳을 임시 우크라이나전쟁 피난민 캠프로 지정 운영했다. 전병삼 작가는 그곳에서 양귀비꽃 사진을 접어서 만든 10x10cm 크기의 MOMENT 작품 5,401점으로 구성된 설치미술을 전시한 바 있다. 이 작품은 2025년도부터 활용되는 한국의 고등학교 교과서 '역사로 탐구하는 현대 세계'에 소개되었다. 작가로서 승승가도를 달리던 전병삼 작가는 약 9년 전 그의 삶 전체를 뒤흔드는 커다란 사건들을 겪게 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는 계기를 맞는다. 그러나, 그 사건들은 오히려 그가 전업 작가로서 오롯이 작품 세계에 몰입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그러한 각고의 시간과 노력으로 MOMENT 시리즈 작품 제작을 이어갔고, 이후 LOST 시리즈가 만들어지게 됐으며, 그 작품들은 이번 전시의 “VANITAS”라는 작품 주제를 낳게 했다.
MOMENT에서 VANITAS
전병삼 작가는 세상의 모든 물질과 사물은 한낱 사라질 것들임을 깨닫는다. 제아무리 화려하고 귀한 사물이라도 결국 죽음 앞에선 헛된 물질이며, 우리가 물질과 함께 추구하는 명예 또한 금방 벗겨질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진리는 그의 작품에 접혀서 은폐 되어있다. 아름다운 젊음을 자랑하던 인간의 육체는 죽음 앞에 전복되어 해골과 뼈만 남고 결국 흙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평생을 모아둔 재산이나 값진 보물들 역시 휴지조각이나 부식된 고철이 된다. 이에, 작가는 허망한 것들을 위해 불사르는 우리 인간의 욕망을 관찰한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떨어지는 꽃잎이나 회중시계는 인생무상과 허무함을 상징하는 사물로써 17세기 유럽의 바니타스 정물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들을 차용한 것이다.
바니타스(VANITAS)는 구약성경의 전도서(Ecclesiastes) 1장 2절에 나오는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Vanitas Vanitatum et Omnia Vanitas)”라는 구절의 라틴어 문구에서 기원하였다. 이 구절은 지혜의 왕 솔로몬이 부귀, 명예, 쾌락, 수많은 노비와 가축을 거느리고, 금은 보물과 천 명이 넘는 처첩을 두기도 했으나 지나고 보니 결국, 모든 것이 헛되다는 고백이 담긴 말이다. 이러한 의미의 바니타스 정물화는 현대회화에 다시 나타나는데, 아마도 물질에 대한 갈망과 욕구가 특히 심해지는 사회 현상적 동질성이 그 이유라고 보인다.
VANITAS 전시 출품작 MOMENT 제작 방식
전병삼 작가는 이러한 사물의 의미와 인간의 욕망, 그리고 순간과 영원성에 대해 집중한다. 순간의 기록을 담은 사진의 인화지는 작품의 안료와 물감 역할을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바니타스를 주제로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해서 생성한 이미지 15,000장을 인쇄하여 작품으로 만든 MOMENT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번 바니타스 전시에 발표하는 작품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그중 하나가 바로 MOMENT 시리즈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동일한 사진을 접고 수평 혹은 수직으로 쌓아 완성된 줄무늬 아날로그 작품이다. 작은 작품은 한 컷의 사진 150~200장, 큰 작품은 사진 500~600장의 동일 부분을 접어서 제작한다. 이때 형상은 뒤로 접혀 사라지고 날카롭게 접힌 면만 남게 되는데 얇은 선 위로 색만 남게 되는 셈이다. 그 얇은 선 위의 색이 수없이 병렬되면 결국 면이 되어 하나의 '색면'을 만들어낸다. 이전 자연 풍경 사진을 접어서 작업한 작품에서도 보이듯이 모든 형상이 사라지고 색면만 남았음에도 그 선의 색면에서 자연 풍경이 주는 느낌은 그대로 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최소한의 조형 요소만으로 원래 형상이 가진 본질을 찾아 전하는 것이다. 이것을 어떤 평론가는 사실적 추상이라 명하기도 하는데, 필자는 이것을 본질 집합적 추상이라 명명해 본다.
AI가 만들어낸 VANITAS의 화려한 서사
이번 전시에서 특이할 만한 점은 AI 도구를 통해 바니타스 이미지를 생성해내고 그 하나의 이미지를 통해 쉰 점이 넘는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AI는 전병삼 작가가 작성한 스크립트와 지시에 따라 계절에 맞게 화사한 분위기의 연분홍 벚꽃색이 주조를 이루는 이미지를 생성해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흐드러진 벚꽃 잎에 해골이 연분홍색을 머금고 매달려 있다. 그리고 황금과 지폐, 회중시계가 봄바람에 흩날린다. 매력적인 색감이 돋보이지만, 그 속의 사물들의 어울림은 가히 생경하고 섬뜩해 보이기까지 한다. 마치 초현실주의에서 볼 수 있는 데페이즈망 기법과 무의식의 세계를 손 가는 대로 표현한 자동기술법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여기에 나타난 사물들 역시 위에서 설명한 바니타스 주제를 상징하는 것들이다.
이 MOMENT 작품들은 사진을 절반으로 접어(Folding)서 이어 붙이기를 반복하여 작품 맨 처음 모서리 옆면에는 벚꽃과 해골의 이미지가 살짝 드러난다. 그리고 접은 모서리 면이 계속 이어지는데, 접은 모서리 면의 두께가 고작 1mm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형상은 모서리면 뒤로 숨게 된다. 그런 모서리 수백 장이 하나의 선과 색으로 반복 배열(Repetition and Arrangement)되고 이어지면서 하나의 추상화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형상이 사라짐과 동시에 새로운 의미를 드러내는 시각적 기호와 기표가 만들어진다.
이 하나의 도상에서 어떤 작품은 꽃과 지폐, 어떤 작품은 금화와 꽃, 그리고 어떤 작품에선 하늘, 벚꽃, 금화가 어울린 색면을 만든다. 작품에 인생의 달콤한 순간들이 부정적인 순간보다 훨씬 많이 담긴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가장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해골을 담은 색면은 작품의 20퍼센트 정도밖에 안 된다. 어쩌면 우리는 작은 어두운 부분에 얽매여 밝고 아름다운 부분을 스스로 가리고 사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관람자는 하나의 사진 화면에서 그렇게 많은 작품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인화지의 동일한 부분을 접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고, 접는 부분을 조금씩 이동해 나가면서 각각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하나의 이미지가 접히는 부분에 따라 표면적으로는 서로 다른 색면 추상작품이, 의미적으로는 서로 다른 인생을 품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선택 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생의 서사를 쓰게 된다는 사실과 너무도 닮아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서로 다른 사진들을 교차로 쌓아 연결해서 하나의 작품으로 통합한 작품도 있다. 즉, 각각의 모든 순간과 부분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이 작업 방식은 이번 전시에서 시도하는 특별한 지점 중 하나이다. 다른 작품들은 하나의 부분을 접어서 병렬했다면, <MOMENT: VANITAS 20250225001>는 여러 부분을 하나로 통합한 작품이다. 순간이 모여 하나가 될 수도 있지만, 여러 모양과 스토리가 모여 결국 새로운 하나로 수렴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것은 바로 이 세상의 복합적 형태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해석으로 확대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기존의 작품들보다 다양한 색과 패턴이 만들어진다. 또, 다른 작품 중에는 각기 다른 부분을 접어 순서대로 배열해서 한 프레임을 만들고, 다시 한 프레임을 이어 병렬하여 규칙적인 패턴을 만든 경우도 있다. 이러한 작품은 마치 이 세상 자연의 법칙과 규칙의 속성이 오버랩 되기도 하는 지점이다.
적극적 MOMENT로 표현하는 LOST
이번 전시에서 힘주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작품형태가 바로 LOST 시리즈 작품이다. 그 중 <LOST: VANITAS 20250215001> 라는 작품은 사진을 분해하여 줄무늬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세로로 설치된 55인치 디스플레이로 보여주는 디지털 작품이다. LOST 시리즈는 러닝타임 1분의 무한 반복 디지털 동영상 작품이다. AI도구로 생성한 이미지를 작가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불러와 이미지의 최상단 1픽셀 한 줄을 분리하여 세로로 늘려 하나의 줄무늬 이미지를 생성한 후, 이 파일을 1.jpg로 저장하고, 원본의 두 번째 줄의 픽셀 한 줄을 떼어내어 늘려서 줄무늬 이미지를 2.jpg로 생성한다. 그렇게 최하단부의 마지막 픽셀 줄까지 줄무늬 이미지로 변환하여 1.jpg부터 1920.jpg파일까지 생성한다.
이 모든 파일들을 초당 30프레임씩 넣고 빠르게 화면전환을 하여 움직이는 줄무늬 동영상을 만든다. 1분 영상 중 첫 30초는 원본 이미지를 위에서 아래로 훑고 지나가고 다시 30초동안 아래에서 위로 훑고 올라온다. 실제 이 LOST 작품을 보면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움직이고 또, 사라지고 생성되는 줄무늬들이 눈에 들어온다. 일렁이는 움직임이 사실은 이미지를 옆으로 붙여서 생성한 것이 아니고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아래서 위로 훑어나간 것이다. 평면 MOMENT 작품에서 정지된 한순간의 반복과 여러 측면의 통합으로 본질을 느낄 수 있었다면, LOST 시리즈는 순간의 여러 가지 이미지들의 연결을 통해서 본질을 찾을 수 있는 컨셉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그의 작품에서 재현을 통해 무엇을 만들어내기보다 사라지게 함으로써 우리가 상실했던 본질을 찾을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잃고 난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가치 있는 것들이 바로 삶의 경험에서 깨달아지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조형예술 또한 복잡한 형태와 꾸밈의 간섭 때문에 보이지 않던 조형의 본질이 수식의 요소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명징하게 드러남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작가가 말하는 LOST의 중요한 의미일 것이다. 우리는 이 작품을 대할 때, 각자의 경험으로부터 불현듯 찾아오는 울림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느낌과 감동을 롤랑바르트의 ‘푼크툼(Punctum)’을 들어 이해할 수 있다. 푼크툼은 보편적이고 분석적 감상으로 이해되는 ‘스투디움(Studium)’과는 다르다. 이것은 개인적인 취향이나 잠재의식과 연결되어 있어서 순간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강렬한 자극이다. 이러한 작품과 연결되는 미학적 특성은 논리적이기보다는 우연성에 가깝다. 전병삼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묘한 느낌과 몰입감은 푼쿠툼을 만나게 한다.
허무함의 VANITAS에서 삶과 존재가치로서의 VANITAS
시간 속에 기록된 우리의 인생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흔적을 남길 뿐이다. 그러나 찰나와 순간이 모여서 하나의 삶을 만든다. 영원과 무한대에서 보면 하나의 점에 지나지 않는 것이 인생이지만 그것이 하나의 영원 속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이기에 중요하다. 양자역학에서 미세한 작은 울림 하나가 그 속의 질서에 큰 영향을 주듯이 극소의 부피와 질량이라고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그것이 우리 생의 의미다. 하나의 점(點)과 흔적은 세계의 질서에 분명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든 인간의 기록은 알아보기조차 힘든 작은 점 하나로 수렴되고, 수많은 점(點)들은 고작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은 우주의 순간(MOMENT)이 되며, 그 순간들이 모여서 영원이 된다. 따라서, VANITAS는 인간의 허무한 삶의 여정을 설명하는 단어가 되지만 인생은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는 한, 중요한 가치를 담은 MOMENT가 되는 것임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그렇게 작가 전병삼은 그의 작품에서 인생의 헛됨만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의 삶에서 어떤 것을 경계하고, 무엇을 추구하면서 의미 있는 인생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생의 철학이 내포되어 있다. 즉, 생성과 소멸, 영원과 찰나의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선택해서 나아갈지에 대해 심도 있게 논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LOST 작품은 그의 철학을 좀 더 직접적으로 전달해주는 적극적 소통방식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전병삼 초대전을 통해서 사라짐은 탄생을 낳고 새로운 탄생은 찰나의 사라짐이 되는 우주의 법칙 속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지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작가는 작품 제작 형식 면에서도 집요한 공력과 최신 미디어기술을 전격 활용, 접목하면서 현대의 트랜디한 감각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병삼 작가가 구도하듯 무수히 접은 사진인화지 선들의 이음과 겹침 뒤에 감춰진 수많은 VANITAS와 MOMENT 이야기 세계에 조용히 그리고 깊게 몰입해 본다.
글. 이 홍 원 양평군립미술관 학예실장 / 예술철학박사
작가노트/
사라짐으로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
나는 인간의 제한된 육체로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불가능의 세계’를 동경해 왔습니다.
내가 상상하는 불가능의 세계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n차원의 세계 부터, 태양계와 우리 은하 너머의 초거시 세계, 눈 앞에 있으나 존재 자체를 관찰할 수 없는 초미시세계, 탄생 이전의 세계와 소멸 이후의 세계 등을 주로 포함합니다. 내가 불가능의 세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러한 세계를 상상하면 할 수록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세상과 우리 자신을 더욱 깊게 되돌아 보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존재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물음을 만나는 순간, 우리에게 주어진 유한한 삶이 얼마나 값진 선물인지 알게 됩니다. 결국 이러한 생각이 나의 창작 활동에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나의 주요 관심사는 불가능의 세계를 연구하고, 그 탐구 결과를 지속적으로 예술 작품화하는 것 입니다. 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이 불가능의 세계를 직접 경험할 수는 없겠지만, 작품을 통해 그 곳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불가능의 세계로 떠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은 사라지는 것입니다. ‘사라짐’의 경험이야말로 불가능의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 됩니다. 나는 예술 작품 속에 다양한 방식으로 ‘사라짐’을 표현함으로써 이 세상과 불가능의 세계를 잇는 수 많은 창(窓)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사라짐’을 표현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접기’와 ‘펼치기’ 입니다. ‘접기’는 대상의 사진을 접어서 형상의 일부분만 보이도록 하여 나머지 안보이는 부분을 상상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고, ‘펼치기’는 지구와 같이 한 번에 전체를 볼 수 없는 거대한 대상을 지도 처럼 한 눈에 보이도록 작게 축소하고 펼쳐놓음으로써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유도하는 것 입니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유한한 존재입니다. ‘사라짐’의 경험은 우리 자신과는 상관 없는 일 같지만, 결국 언젠가 우리 모두는 반드시 사라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사라집니다. 국가도, 산업도, 문화도, 민족도, 물질도, 사상도, 언어도 언젠가는 사라집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때가 되면 사라집니다. 사라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어쩌면 사라짐을 통해 불가능의 세계를 상상하는 일은 진정한 나를 찾아떠나는 여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약력/
미술학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BFA, 2002
미술석사, 미국 시카고예술대학 (SAIC) MFA (Art and Technology Studies), 2005
공학석사, 미국 얼바인 캘리포니아대학교 (UC Irvine) MS (Arts, Computation Engineering전공), 2008
전병삼 (全丙森, 1977년 서울 출생)은 사물을 접거나 펼치는 방식의 독특한 작업으로 널리 알려진 현대미술가 입니다. 그의 예술 활동은 인간의 제한된 육체로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불가능의 세계'를 탐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는 홍익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하였고,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에서 미술석사를,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에서 컴퓨터 공학석사를 수료했습니다. 그는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융합형인재 ‘호모크리엔스’에 선정되었고, 철학자 알랭 드 보통과 함께 2015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선임되었습니다. 2016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초대전을 하였고, 중국 베이징에서 람보르기니社와 협업하였습니다. 지난 20여년 간 그는 UNESCO(프랑스), SIAF(일본), SIGGRAPH(미국),
ISIMD(터키), AsiaGraph(중국), ArtBots(아일랜드), Salon(쿠바), LIFE(러시아), Netfilmmakers(덴마크), Siggraph ASIA(싱가포르) 등에서 초대받아 작품을 발표하였습니다.
Artworks
MOMENT VANITAS 20250208010, 50x50cm Stacking photos 2025
전병삼MOMENT VANITAS 20250208010, 50x50cm Stacking photos 2025
MOMENT VANITAS 20250208001, 50x50cm Stacking photos 2025
전병삼MOMENT VANITAS 20250208001, 50x50cm Stacking photos 2025
MOMENT VANITAS 20250208002, 50x50cm Stacking photos 2025
전병삼MOMENT VANITAS 20250208002, 50x50cm Stacking photos 2025
MOMENT VANITAS 20250208004, 50x50cm Stacking photos 2025
전병삼MOMENT VANITAS 20250208004, 50x50cm Stacking photos 2025
MOMENT VANITAS 20250225001, 50x50cm Stacking photos 2025
전병삼MOMENT VANITAS 20250225001, 50x50cm Stacking photos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