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05 - June 15, 2024
밤과 새벽을 지나는 걸음
이자란
Location : ARTBODA gallery
Introduction
아트보다 기획초대전
.
Artist
Artist story about
작가노트/
이자란
반짝이는 사색
산, 들,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자랐다. 작은 시골마을에는 높은 건물도 없으며 화려한 네온사인도 없었다. 자연의 시간에 따라 지냈다. 수년이지나 지금은 도시에 살고 있지만 가슴엔 자연이 주는 생생한 빛깔들로 가득하다. 유년시절은 영양분이 가득한 밑거름이 되었다.
풍경 속에 사라지고 나타나는 빛. 사색을 통해 만들어낸 빛의 변화들은 색을 품은 점이 된다. 시간과 온도, 바람과 태양이 만들어낸 리듬에 맞추어 느리고 빠르게 또는 모였다 흩어지며 화면에 쌓이고 깎여나간다. 그렇게 수많은 점이모여 이뤄낸 빛의 잔상은 안정과 평온으로 돌아온다. 차곡차곡 화면위에 차오르고 잘려나가기를 반복한 점들은 새로운 반짝임을 만들어 낸다.
작품평론/
이자란 작가를 위한 글 : 밤과 새벽을 지나는 걸음
박소호
# 밤과 새벽을 거니는 조각들
두 개의 풍경이 교차한다. 노을과 새벽이 만나고 겨울과 봄이 만날 수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인간에게 시간은 어제에서 오늘, 그리고 내일로 흐른다. 태어남에서 죽음을 향하고 다시 어떤 태어남을 만들어내는 가능성의 시간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간혹, 앞으로 가는 시간이 잠시 멈추거나 뒤로 회기 하는 현장을 만나곤 한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오늘을 거슬러 과거의 어떤 날로 시선을 끄는, 문득 찾아오는 어제는 언제나 불현듯 나타난다. 겨울과 안녕을 고하고 몽우리진 꽃을 볼 때, 일을 마치고 가는 버스에서 바라본 석양, 우연히 찾게 된 지난날의 어떤 사물은 앞으로 흐르는 시간의 일방통행에 사소한 파문을 일으킨다. 자란의 풍경은 문득, 불현듯, 우연히 마주친 시간의 파문을 담아내면서 만들어진다. 앞으로 나아가는 계획과 설계, 스스로 그려내는 내일의 풍경 아래, 기억에 묻어 있는 잔상과 믿음과 가능성이 스며든 내일의 조각이 교차된다. 예측할 수 없는 시간선 아래에 깃든 기억의 지층은 중력과 수직으로 만들어진 시간의 구조에 어디로든 갈 수 있고 잃어버린 페이지를 소환할 수 있는 수평선과 지평선을 되살려낸다.
# 빛바랜 장면들
자란이 만든 화면을 보고 있으면 그의 작업과정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본래 가지고 왔던 바다와 산, 하늘을 뒤로하고 아주 오랫동안 반복해서 드러나는 교차되는 풍경을 위해 수행자의 마음으로 움직이는 손이 떠오른다. 이 손에는 지나간 풍경에 묻어 있는 무지개 빛깔의 색채가 스며있다. 우연히 지나쳤을 과거의 기억, 그리고 도래할 내일의 시간과 닮아 있는 익숙한 빛깔이다. 빛바랜 사진이 가진 표면의 질감을 가지고 있으며, 오래된 노트의 먼지를 걷어내고 찾은 희미한 이야기들이 드러난다. 특정한 장소와 구체적인 사물이라기보다는 익숙하고 그리운 대상에 대한 노스탤지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화면은 그저 단단하게 굳어버린, 반복되는 오늘에 던지는 소소한 파문이 일렁이고 각자에 특정한 장소로 회기 할 수 있는 통로와 문을 만들어낸다. 그의 작업에서 보이는 표면의 질감, 텍스쳐는 일종의 장치이자 도구이다. 표현 기법으로 접근하기보다, 흩어져 있는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소환의 단서이자 열쇠이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빛바랜 기억과 아쉬운 바람을 온전히 받아주고 담아낼 수 있는 화면이다.
# 평면 위에 새겨진 조각
평면이라고 하기에는 표면이 가진 질감의 높이가 높고, 조각과 부조라고 칭하기에는 얇은 두께를 지니고 있는 화면이다. 그가 사용하는 주재료는 아크릴물감이다. 하지만, 그의 작업을 회화라고 말하기는 다소 어렵다. 하얀 캔버스 위에 풍경과 색면이 쌓이는 시간보다 그것을 깎는 시간과 노고의 밀도가 더욱 높고 깊기 때문이다. 어떤 정답을 찾기라도 하는 듯이, 또는 지나간 어제의 감각을 되살리려는 듯, 자란은 평면의 풍경 아래 숨겨진 잃어버리거나 도래할 어떤 잔상을 수집한다. 조각가의 면모를 지닌 그는 무언가를 그려내고 표현한다기보다, 깎아 내고 덜어내어 아득히 멀어진 별무리를 소환하거나 다가올 봄을 맞이할 수 있는 회기의 감각을 빚어낸다.
# 수행, 연필을 깎아내듯
그의 작업실에는 잘게 잘려나간 아크릴 조각들이 쌓여있다. 물감과 기름때가 묻어 있는 다른 회화 작업실 풍경과는 다르게 형형색색 아름다운 조각들이 공간 곳곳을 유영한다. 일회용 투명 컵에 쌓인 이 작은 조각들은 오랜 시간을 지닌 땅의 지층과 닮았다. 작업의 과정을 떠올리게 하는 이 조각의 무리는 형태와 결과에 대한 흔적이라기보다 쌓이고 쌓인 공력과 지속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화면에서 ‘까마득’, ‘아련한’, ‘하염없이’라는 어휘들이 자연스레 부상하는 이유는 그의 손과 칼날이 만들어낸 연마된 시간 때문일 것이다. 그의 작업은 쇠라의 점묘화, 오래된 흑백사진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그레인 현상과 유사하다. 그런 면에서 감각의 세포가 잘고 잘게 부서져 만들어낸 시간의 은하수라 칭하고 싶다. 칼세이건은 지구와 먼 거리에서 있는 보이저호가 보낸 사진을 보고 우리의 세계를 ‘창백한 푸른 점’라 칭했다. 지금도 수많은 생명이 탄생하고 죽어가는 이 작고도 큰 별에서 작가 이자란은 여전히 먼발치에 있는 별무리를 관찰한다. 정답을 찾기보다는 수많은 선택지와 가능성의 평면을 만들어내면서, 스스로의 시간을 깎아 내어 지금, 여기에 살아 있음을 반증하는 풍경을 발굴해 내고 있다.
작가대표약력/
중앙대학교 한국화학과 학부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2024 “밤과 새벽을 지나는 걸음” 아트보다 (서울)
2023 “반쪽빛”연우갤러리 (서울)
2022 “반짝이는 사색“ 더숲 갤러리 (서울)
2016 “참을 수 없는” 더페이지갤러리 (서울)
2015 “6인릴레이 개인전” 공평아트센터 (서울)
기획전
2024 ”인연전”인테그랄 갤러리 (서울)
2023 ”All Around” 2인전아트보다갤러리(서울)
2023 “사계”예봄갤러리 (청주)
2023 “서리풀청년작가전”아트스페이스 호서 (서울)
2022 “MIX& MATCH” 갤러리 구루지 (서울)
아트페어
2024 연희아트페어 (서울)
2023 MIAF 2023 K•ART SHOW 롯데호텔 (서울)
2023 더숲아트페어 (더숲아트센터,서울)
2019 BIAF부산국제아트페어 (부산)
2018 롯데호텔아트페어 (제주)
2018 어포더블아트페어 (DDP)
2017 하버아트페어 (홍콩)
2015 아트서울 (예술의전당)
레지던시
문화철도 959아트플렛폼 입주작가 (2017~2019)
Artworks
contemplation(No.61) 72.5x61cm acrylic on canvas 2024
이자란contemplation(No.61) 72.5x61cm acrylic on canvas 2024
contemplation(No.53) 162x112cm acrylic on canvas 2024
이자란contemplation(No.53) 162x112cm acrylic on canvas 2024
contemplation(No.28) 117 x 80.5cm, acrylic on canvas, 2023
이자란contemplation(No.28) 117 x 80.5cm, acrylic on canvas, 2023
contemplation(No.55) 117 x 91cm, acrylic on canvas, 2024
이자란contemplation(No.55) 117 x 91cm, acrylic on canvas, 2024
contemplation(No.58) 91 x 72.5cm, acrylic on canvas, 2024
이자란contemplation(No.58) 91 x 72.5cm, acrylic on canvas, 2024
contemplation(No.60) 91 x 72.5cm, acrylic on canvas, 2024
이자란contemplation(No.60) 91 x 72.5cm, acrylic on canvas, 2024